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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48호(12-21.1월) | 최근 북한 열병식의 군사적 의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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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ritten by 이원희 작성일21-01-07 18:41 조회2,113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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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북한 열병식의 군사적 의미

 

충남대학교

교수 이원희

1. 서론

 

  열병식(閱兵式, Military parade)은 ‘정렬한 군대의 앞을 지나면서 검열하는 의식’이라는 의미로 관병식(觀兵式)의 하나이며, 관병식은 열병식과 분열식으로 이루어진다. 자국의 군사력 과시를 목적으로 하는 열병식은 군국주의나 전체주의 국가일수록 이에 더욱 집착하는 경향을 보여 왔다. 열병식과 유사한 행사로는 해군의 관함식(觀艦式), 공군의 에어쇼(Air-show) 등이 있다. 

  북한은 2020년 10월 10일 새벽, 3시간에 걸쳐 김일성 광장에서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을 개최하였다. 이를 통해 UN의 대북제재와 수해 피해, 코로나 방역으로 인한 삼중고(三重苦)에도 불구하고 핵 개발을 결코 포기하지 않았으며 ‘북한은 핵 보유 국가’임을 만천하에 공개하였다. 핵무기 외에도 장비의 현대화를 통해 재래식 전쟁수행능력도 대폭 증강시켰는데, 그 중에서도 미사일과 포병, 전차 부분의 변화는 괄목할 만하다. 이러한 열병식은 실전 배치되지 않은 장비 등 평시 접근이 어려운 북한의 무기체계를 파악하고 향후 개발 동향을 예측할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하다.

  본고에서는 열병식에서 공개된 북한의 핵무기 및 신형무기 그리고 김정은 육성 연설 내용을 토대로 북한 김정은 체제가 추구하는 전략을 대미, 대남, 대내적 측면에서 살펴보고자 한다.

 

2. 본론

가. 대미(對美) 관점 : 전략 핵무기 능력 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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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핵보유국 지위 공고화법』 제2~5조에서 핵무기 보유의 목적이 핵 억제력과 핵보복 타격력에 있음을 분명히 밝히고 있다. 이번 열병식에서 최대의 관심사는 무엇보다도 미국을 겨냥한 전략 핵무기인 신형 ICBM(대륙간탄도미사일)과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이었다. 화성-15ER(Extended Range) 또는 화성 16형으로 불리는 신형 ICBM은 3년 전 개발된 종전의 화성-15형보다 외형적으로 길이(21~22m→23~24m)와 직경(2.4m→2.5m)이 커지고, 이동식 발사대(TEL)도 기존의 9축 18륜형에서 2축이 더 많은 11축 22륜형 신형 발사차량에 탑재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러한 외형의 변화는 탄두 중량을 늘림으로써 위력이 더 큰 핵탄두나 2~3개의 다탄두를 탑재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북한의 핵 전력의 변화는 주한‧주일 미군은 물론 오키나와, 괌 등 미국의 전략 요충지들을 선제 타격할 수 있고, 미 본토까지 도달할 수 있는 역량을 갖추고 있으며, 미국의 미사일 요격망까지도 무력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물론 전시된 신형 이동식 ICBM은 열악한 북한 도로(망) 사정을 고려할 때 기동성이 매우 떨어지는 등 실제 운용에 한계가 많고 전시물이 실제 미사일이 아닌 Mock-up(실물 크기의 모형)일 가능성이 제기하기도 한다. 또한 연료주입에 많은 시간(12~18시간)이 걸리고, 액체 추진체 탑재시 발사중량이 100t 수준, 길이가 23m이상이 된다면 이동식 발사대에 싣고 발사 위치로 이동하는 것은 상당한 제한이 따르는 것이 사실이다. 이 정도 크기라면 지하 미사일 발사시설(사일로)에 넣어 고정식으로 운용하는 것이 전술적으로나 운용측면에서 타당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의견이다. 

  또 다른 전략 핵무기인 북극성-4A형 SLBM은 종전의 북극성 3형에 비해 직경은 커졌고 길이는 짧아졌는데 이는 잠수함 탑재가 용이하도록 하기 위해 개발된 것으로 보인다. 외형적으로 중국의 SLBM인 ‘쥐랑-2’를 닮았으며 다탄두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러한 북한의 신형 이동식 ICBM과 SLBM의 발전은 유엔의 대북제재가 작동되는 가운데에서도 중국이 이를 어기고 한미연합군을 견제하기 위해 북한을 물밑에서 지원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앞으로 북한은 확보된 ICBM기술을 바탕으로 이를 SLBM 및 ASBM(대함탄도탄미사일) 기술 개발로 연결해 갈 것으로 전망된다.

  김정은은 연설에서 미국을 직접 비판, 위협하지는 않았는데 이는 미북대화를 촉구하고 2020년 11월에 실시되는 미 대통령 선거를 의식했던 것으로 보이며 나아가 국제사회의 제재를 완화하기 위한 포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들은 비록 핵무기가 자위용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공화국을 위협하면 언제든 선방을 날릴 수 있다는 것을 천명함으로써 강온 양면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과 두 차례의 미북정상회담을 했던 트럼프 대통령도 실망감과 분노를 나타내는 등 미국 각계각층에서는 이러한 북한의 행동에 대해 깊은 우려와 유감을 표명하고 있다.

 

나. 대남(對南) 관점 : 재래식 무기의 현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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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은 핵무기 외에도 미사일, 포병, 전차 등의 분야에서 괄목할만한 변화를 보였는데 이러한 현대화된 장비를 과시함으로써 재래식 전쟁수행능력도 대폭 증강되었음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특히 K-1전차와 비슷한 신형전차, 전차포와 대전차 미사일을 탑재한 북한판 스트라이커 장갑차 등을 선보였는데 특이한 점은 장비의 위장색이 기존의 흑색이나 쑥색이 아닌 사막용으로 도색된 점이다. 이는 이란, 시리아 등에 대한 수출용이라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북한판 이스칸데르 미사일(KN-23), 400mm 대구경 조정방사포(KN-24), 전술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킴스(ATACMS), 발사관 6개를 탑재한 초대형 방사포(KN-25) 등 이른 바 ‘신무기 4종 세트’도 공개하였다. 이들 무기는 주한 미군이 있는 평택기지, 오산 공군기지와 F-35 스텔스기가 배치된 청주기지, 성주 사드기지가 모두 사정권에 들고 정밀 타격할 수 있으며, 이들을 ‘섞어 쏘기’로 동시 타격시 현 미사일 방어체계로는 실질적인 방어(요격)가 곤란할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한미일 미사일 정보가 공유되지 않고 미사일 방어망이 통합되지 못할 경우 그 위험성은 더욱 커지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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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 전투체계로는 조준경이 장착된 개량형 AK-47 소총, 신형 방탄복과 방탄헬멧 등도 등장하였는데 인민군 병사들의 소화기와 복장은 아군 복장과 유사한 위장복을 채택하여 유사시 피아식별이 더욱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정은은 유화적 제스처로서 ‘사랑하는 남녘 동포 여러분’이란 말로 외형상 화해의 제스처를 보였는데 이 말 속에는 남북 관계 복원을 기대하며 대화와 협상을 이어가려는 속내를 드러낸 것이라는 주장과 함께 ‘악어의 눈물’(이집트 나일강의 악어가 사람을 잡아먹고 난 뒤에 그를 위해 눈물을 흘린다는 전설에서 유래)이라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한반도를 초토화 할 수 있는 핵 무력 능력을 강화하면서 겉치레로 하는 김정은의 민족주의 수사는 정면 배치된다는 것이다.

 

 

 

 

다. 대내적(對內的) 관점 : 내부 불만 및 갈등관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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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한 주민들은 몇 년간 지속되어 온 국제사회의 대북제재와 수해 피해 그리고 코로나-19 등으로 인해 국경까지 통제되면서 많은 고통을 겪고 있다. 하노이 노딜, 경제 실패 등 여러 가지 악재에 몰린 김정은은 열병식에서 인민들에게 “감사하다”, “고맙다”는 말을 18차례나 하였는데 이는 북한 내부의 먹고사는 문제가 심각한 상태임을 반증하는 것이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북한 주민들의 영양 결핍 정도는 세계에서 완전 하위권 수준으로 심각한 상태이다.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하기 위해 그동안 사용한 북한의 미사일 개발비(17억 달러)와 핵 개발비(20~32억 달러)만으로도 북한 주민들의 3년치 식량을 구매할 수 있다는 분석도 있다. 

  김정은 위원장은 북한이 겪는 어려움을 인정하고 수해 복구에 동원된 인민군 장병과 전체 인민에 대한 고마움과 미안함을 드러내는 등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는 보지 못한 새로운 행보를 보이기도 하였다. 이는 국가지도자로서 인민들에게 솔직한 모습을 보여준다는 긍정적 의미와 함께 비록 경제 문제에는 실패했지만 ICBM, SLBM 등 신형 전략무기를 대내외에 과시함으로써 북한 내부의 민심을 다독이고 인민들에게 자존감을 심어줌으로써 내부 불만과 갈등을 해소하기 위한 궁여지책으로 보인다.

 

3. 결론

 

  노동당 창건 75주년 열병식에서의 전략 및 전술무기를 통해 보여준 북한의 군비 강화와 김정은 연설을 통해 나타난 인민들의 생활고는 유사시 한반도에서의 전쟁과 급변사태 발생 가능성을 잘 보여주고 있다. 최근 북한의 개성공단 남북공동사무실 폭파(2020.6.16.), 해수부 공무원 사살 및 소각사건(2020.9.22.)을 비롯하여 그동안 지속되어 온 미사일 발사 실험 등은 앞으로 남북관계 회복에도 커다란 장애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 증대 등으로 3가지 전작권 전환조건(연합 방위를 위해 필요한 군사적 능력 확보, 북한 핵‧미사일 위협 대응 능력, 전작권 전환에 부합하는 안정적인 한반도 및 역내 안보환경)의 충족도 더 어려워졌다. 북한은 그들의 공언대로 ‘만능의 보검’인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것이며, 유사시에는 이를 ‘조커’로 활용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한국은 북한의 핵무기뿐만 아니라 열병식에 나타난 현대화된 재래식 전력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를 소홀히 하면 심각한 위기에 빠질 수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오늘날 국제정세는 신냉전시대로서 한반도는 미중 두 제국의 패권경쟁이 이루어지고 있는 최전선이라 할 수 있다. 지금으로부터 80여 년 전, “전쟁보다 평화를 원한다”고 한 히틀러의 말을 그대로 믿었던 영국 수상 체임벌린의 우(愚)를 다시 범해서는 안 된다. ‘연루와 방기’라는 동맹이론을 언급하지 않더라도 ‘안보는 미국에, 경제는 중국에’라는 한국의 양다리 걸치기 전략은 잘못하면 양쪽으로부터 모두 버림받는, ‘가랑이가 찢어지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가 끝나고 2021년 1월이면 바이든 정부가 들어서게 된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근다’는 말과 같이 상황이 바뀌면 대미, 대북전략도 변해야 한다. 냉혹한 국제사회의 현실과 힘의 역학관계를 정확히 진단하고, 국제관계에서 지혜로운 선택과 함께 믿을 것은 오직 자신뿐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자위능력을 보강해 나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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